[현장스케치] 벤처캐피털(CVC) 규제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토론회>

국회의원 박용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 공동주최

벤처캐피털(CVC) 규제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

지난 2018년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벤처캐피탈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CVC 대안으로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추진하기로 협의했으나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안에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했고 CVC 규제완화를 위한 공정거래법이 발의됐다. 벤처투자를 촉진시키는 적절한 방안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6월 26일(금) 오전 10시에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CVC 설립 허용 방안에 대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인 실질적 금융회사 및 명백한 금융회사는 불허하고, 동일 계열 자금으로만 운용하는 CVC는 비금융회사로 간주하여 허용을 검토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편법승계 및 기타 경제력 집중 억제 규제의 면탈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외부 차입자금이 없어야 하고 투자 재원 또한 외부 차입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뒀다. 앞서 언급한 남용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는 제8조의2에 예외조항을 두는 형태로 신설하여 CVC가 비금융회사로서의 속성이 강한 경우에 한해 지주회사 편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 편법 승계와 잠재적으로 관련될 수 있는 내용은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공정위는 필요 시 직권으로 탈법행위의 존재 여부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CVC가 총수일가의 세습과 사익편취에 악용될 여지가 있고, 지주회사 규제를 무력화하는 출발점이 되어 과거 출자총액제한제도 무력화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벤처지주회사의 비계열회사 주식 취득 제한을 폐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재벌 대기업과 하청기업의 전속거래 및 재벌 내부거래가 만연하고, 재벌 세습으로 인한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 어려움, 기술탈취의 만연 등을 들어 혁신 유인이 사라진 재벌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따라서 혁신의 유인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고 재벌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 혁신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노동개혁과 재정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했다.

권희원 전국금융산업노조 금융정책본부 부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벤처캐피털 규제완화 시도가 인터넷 전문은행법 개정에 이어 금산분리의 대원칙을 허물어 결국 재벌대기업의 경제적 지배력 강화와 부의 집중만 불러올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재벌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업분야에 투자하여 계열사 확장 효과까지 얻는 등 공정경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벤처산업 생태계가 파괴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어 재벌기업의 사내벤처만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CVC규제 완화의 시도가 지배주주의 이익독식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부의 독점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CVC 허용만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되며, 실질적으로 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해답이라고 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IMF 이후 경영권 방어가 약화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가 도입됐으며, 주어졌던 특례들이 현재는 제한되어 있는 것에 비해 각종 규제들이 있어 CVC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지주회사들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의 유수 기업들이 CVC를 통해 여러 회사들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내 지주회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지주회사에 CVC를 허용하는 것을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자금이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상당히 취약하므로 이를 CVC가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통해 전략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 혁신시장에서 CVC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내에서는 CVC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해외에서 CVC를 설립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을 국내에 투자하게 하면 그만큼 국내로 투자를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전체 스타트업 투자 중 CVC 투자 비용이 미국의 경우 51%, 일본 44%인 데 비해 한국은 9%만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제활동 관점을 혁신생태계 쪽으로 돌리는 것이 오히려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기술 탈취가 국내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이 M&A 과정이나 사업 제휴 논의 시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CVC 도입 시 대기업이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닌 투자전문가를 통한 방식이므로 경영권을 확보 가능한 수준이 아니며 투자하는 기업의 기술을 베끼는 것은 대기업에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투자 영역은 CVC 전문투자기업을 만들어 운용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CVC를 통해 적절한 자금이 조달되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규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 과장은 지주회사제도는 본래 기업 지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CVC를 통해 타인 자본이 조달되고 이를 통해 다른 기업을 지배하게 되면 지주회사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계열사나 모회사의 자금만을 이용한 단독 투자는 벤처투자에서 많이 관찰되며 해외에서는 CVC 규제가 없음에도 전략적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 지원 문제에 대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CVC가 비상장사에 투자 후 계열사와의 잦은 거래를 통해 시장화한 후 시너지가 있는 주요 계열사와 합병하는 경우는 전형적인 전략적 투자라고 했다. 다만 CVC를 통한 투자가 발생하면 전략적 투자와 총수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 사후적 규제의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적 규제로 CVC 지분 보유를 금지하거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사전적 규제가 도입된다면 실효성 확보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을 추가로 언급했다.

토론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국회에서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전문가 및 관련기관과도 협의할 것을 당부하며 토론회를 마쳤다.
 
자료집_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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